현재 근무하시는 회사/기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궬프 대학교 (University of Guelph) 연구원 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궬프 대학교는 캐나다 내 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농업, 수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학 입니다. 특히 1차 산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곳으로 작물 생리학을 연구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대규모 재배지 에서 작물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네덜란드에서 공부/연구/직업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종자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네덜란드 종자 품종에 대한 우수성을 여러번 경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어떻게 네덜란드 농업이 강점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어 석사 학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과학 기술자 협회와 인연을 맺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과협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과협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 해주셔도 좋습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에서 학업을 시작하면서 여러 정보를 수집 하던중 네덜란드 과학 기술자 협회를 알게 되었고 네덜란드 현지에서 한국인 과학자들 분들과 좋은 네트워킹을 이룰수 있을 것 같아 자발적으로 협회에 가입하였습니다. 저는 네덜란드 과학 기술자 협회에 가입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너무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는 네덜란드 과협 지원하에 참석했던 EKC 에서 학자라는 직업이 이토록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박사과정에 진학해야 겠다는 결심도 그곳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과협분들과 함께 EKC 에 참석해서 학회에 참석하고 식사모임을 가지고 도시 투어를 했던 경험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 분들도 네덜란드에 계시는 동안에 꼭 네덜란드 과협에 가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에서 학업하는 나를 위해 대한민국이 이렇게 투자해 주고 있다는 애국심도 생기게 되실 겁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나라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 및 해당 국가로 이동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것 처럼 캐나는 대규모 재배지 에서 작물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여서 작물 생리학은 연구하는 저에게 있어서는 소규모 시설재배가 주를 이루는 네덜란드 보다는 적합한 곳입니다. 저는 네덜란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하지 않는 밀 연구로 석사 논문을 마쳤습니다. 네덜란드 국토 특성상 시설재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고 그에 따라 식량 작물보다는 채소작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네덜란드는 채소작물 최대 수출국인 반면에 본인들의 주식인 밀은 99% 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성과를 만들어낸 분야에 굳이 나까지 참여하는것 보다는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에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면 더 큰 자기 브랜드를 만들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당시 밀 연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석사 졸업후 밀 연구가 활발한 스페인에서 좋은 펀딩 기회를 얻어 박사 학위를 하게 되었고 현재 캐나다에서 밀, 옥수수 재배/생리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석사 이상의 학위를 한 경우, 인더스트리와 아카데믹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커리어를 결정하는데 고려해야 할 만한 점이 무엇일까요?
아카데믹 커리어를 생각하신다면 본인의 커리어 성향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단순하게 ‘내가 학술적인 사람이다 혹은 아니다’ 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나는 학술적인 사람이 아니여서 박사진학이 꺼려진다’ 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하지만 아카데믹 커리어의 핵심은 본인의 학술적 성향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본인이 추구하는 커리어의 방향성이 Specialist 인지 아님 Generalist 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것이 더 낫다’ 라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각자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를 뿐입니다. 아카데믹 커리어를 추구하신다면 본인 분야의 Specialist 로 향해 나아가게 되실 겁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영역을 동시에 추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Generalist 가 되기는 힘드실 것입니다. 즉, 내 분야를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반면 인더스트리 커리어를 추구하신다면 기업의 사업 구조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역활을 수행하는 Generalist 가 되실 겁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를 심도깊게 이해하고 그 분야를 리딩하는 Specialist 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으실 겁니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한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나는 Specialist 를 추구하는가 Generalist 를 추구하는가?’ 입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네덜란드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하는데 특별한 장단점이 있나요?
석사 과정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율성’ 과 ‘책임’ 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 본인의 지도교수는 한시적으로만 존재합니다. 1년 동안 코스웍을 들은 후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주제를 찾아 해당 지도 교수와 계약 후 석사 논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 교육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이 네덜란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이 ‘정체성’ 에 대한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처럼 다 같이 한 연구실에 모여 있는 소위 랩 중심의 교육 과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석사 과정이 마치 학부의 연장선 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초반에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많이들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 사실 네덜란드 석사과정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주제가 아니라1년 동안의 코스웍 과정을 통해 본인의 관심사를 찾고 그에 맞는 연구 주제를 찾아 해당 연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즉,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연구주제 이게 때문에 해당 연구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답변자님 께서 현재 근무하시고 있는 분야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런 질문이 가장 의미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분야의 미래 전망과 본인의 능력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미래 전망이 좋은 분야에 있어도 내 능력이 현저히 낮으면 소위 말하는 그 분야의 미래 전망과 본인의 미래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특정 분야의 미래전망을 따지지 마시고 ‘내가 무엇에 관심있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아는 과정’ 에 더 시간을 투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즉, 본인의 강점을 아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강점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단순히 무엇인가를 잘하는 것’ 으로 한정해서 본인의 강점을 제한하지 마시고 ‘반복, 만족, 성취의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일관성 있는 능력’ 으로 정의 하셔서 내가 반복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도 지루함이 아닌 만족과 성취가 있는 분야를 본인의 강점으로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자님의 전공분야에서 연구자/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작물 생리학 전공자로 늘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내 분야의 지식이 아니라 특정 tool 을 사용하는 것을 본인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오늘날 농업 전공자는 프로그래머가 되어가고 프로그래머는 농업 전공자가 되어간다’ 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작물 생리학 전공자들이 본연의 작물 생리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 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래밍 tool을 사용하는 것에 더 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 프로그래밍 전공자들이 농업 분야에 참여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하는 것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작물 생리학 전공자가 아무리 프로그래밍 tool 을 잘 다룬다 할지라도 프로그래밍 전공자와 비교해서는 그 능력이 낮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문간의 융합이 이루어 지는 세상속에서 작물 생리학 전공자는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작물 생리학 본연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과 이해일 것입니다. 그래야만 학문간의 융합속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더 크게 나타낼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연구자를 꿈꾸신다면 늘 기본에 집중해서 내 연구분야에 대한 지식을 높여 나가는 것에 충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 과정은 다 부수적인 것들입니다.
기타 자유롭게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
두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 20대 시절 저는 늘 제 주위의 모든 것들은 절대 변하지 않을 상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지금 되돌아 보면 인생은 늘 변수와의 싸움이었던것 같습니다. 즉, 20대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 가치관, 관계성 모든 것들이 다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자신의 생각으로만 자신의 미래를 제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확고해 보이는 자신의 생각도 언젠가는 바뀔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더 큰 포용력을 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번째, 공간보다는 업 (業) 을 더 중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즉,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보다는 무엇을 하는가에 더 집중하셨음 좋겠습니다.
업을 통해 공간은 늘 따라올 수 있으나, 공간만을 통해 업은 자동적으로 따라올 수 없습니다. 내 업에 집중하고 그 업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자기 만의 공간을 찾는 여러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