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근무하시는 회사/기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서 2019년 12월부터 IHE Delft로 교육파견 중인 김종찬입니다. IHE Delft는 기술, 정책 등 수자원 분야의 학문 및 연구를 수행하는 네덜란드의 교육ㆍ연구 기관입니다.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의 약 1/4이 해수면보다 낮고 라인강 하류에 위치하는 등 불리한 물관리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수자원 분야의 전문적 기술을 축적해온 국가입니다. 특히, 1953년 북해 홍수(North Sea flood)로 인한 처참했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홍수 방어 기술 등을 개발하여 발전시켜 왔습니다. 또한, 해양, 간척, 수도 등 물산업 분야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적극적 투자로 물분야가 타산업 대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IHE Delft는 개발대상국 등을 대상으로 네덜란드의 수자원 선진 기술을 전파하고 있는 기관이며, 우리나라 수자원 분야 공기업인 K-water는 IHE Delft와 지속적으로 교육, 기술 등을 교류해 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IHE Delft는 자체적으로 석사학위 발급은 가능하지만,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서는 TU Delft 등 네덜란드 대학과 연계하여 학업을 수행하여야 합니다.

 

네덜란드에서 공부/연구/직업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K-water 입사 14년차에 외국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회사로부터 얻은 좋은 기회인만큼 학위 취득 후 교육성과를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 교육기관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수자원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국가이며, K-water와 IHE Delft의 우호적 관계 또한 네덜란드를 대상국가로 선정한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유럽 국가를 선택하면 여가시간 동안 가족들과 다양한 나라를 여행할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바람과 영어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은 네덜란드를 수학 국가로 선택하는데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생각치도 못한 상황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자주 하지 못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 과학 기술자 협회와 인연을 맺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과협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과협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 해주셔도 좋습니다.

TU Delft에서 학업 또는 연구 중이신 분들의 모임을 우연히 알게 되었으며, 그곳에서 네덜란드 과학 기술자 협회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회원가입을 하였습니다. 어느 다른 모임과 마찬가지로 2020년 팬데믹 상황으로 과협의 공식적인 활동이 많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온라인으로 진행되긴 하였지만, 학술대회, 기업탐방, 송년회 활동은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한국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온라인으로라도 네덜란드에 계신 과협 회원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회원분들을 잘 몰라서 서먹하긴 했지만 팬데믹 이후 첫 오프라인 모임이었던 Naturalis 견학(2021년)과 2022년 상반기 학술대회를 통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년 EKC에서 온라인으로 세션을 구성하고 운영하였던 경험은, 발표자분들 이외에 참석자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네덜란드에 계신 한국 과학 기술자의 네트워킹을 돈독히 하고 많은 경험과 학문적 지식을 공유하는데 중심에 서있는 네덜란드 과협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비록 짧은 시간 동안 네덜란드에서 생활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지만, 과협이 낯선 이국 땅에 새롭게 정착하실 분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협력적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네덜란드 과협과 지속적인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더스트리와 아카데믹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커리어를 결정하는데 고려해야 할 만한 점이 무엇일까요?

저는 17년 전에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K-water로 취업하였기 때문에 본 질문에 대한 답변 대상자가 아닐 수는 있으나, 네덜란드에서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취업을 혹시라도 고려하고 계신 분들께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토목공학과 수자원연구실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는 제 전공을 활용할 수 있는 K-water로의 취업을 자연스럽게 선택하였습니다. 다만,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하였으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자신의 진로 선택에 후회가 없으려면 지금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향후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취업이 늦어질 수는 있더라도 학교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고 학문적으로 경력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학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도전을 계속 이어나가길 권유합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생활을 원한다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 취업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네덜란드에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취업을 하길 원한다면 한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과 비교하여 상대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잘 살려 어떤 곳으로 취업할지 고민해보는 시간도 미리 가져봐야 할 것입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네덜란드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하는데 특별한 장단점이 있나요?

무엇보다 유연한 생각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네덜란드가 아니라 하더라도 외국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설레임과 동시에 두려움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설레임이라는 것은 한국보다 뛰어난 선진 학문, 기술 등을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서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태어나고 자란 공간을 떠나 외국인으로서의 외로운 삶을 산다는 두려움은 극복해야 할 대상일 것입니다. 두려움을 잘 극복하고 본인이 원하는 선진 학문과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분명한 상대적 강점이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보다 좋은 저널논문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만큼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살려 자신의 이력을 꾸준히 쌓아간다면 한국, 네덜란드,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현재 가지고 계신 직업에서 필요로 하는 중요한 능력/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일하고 있는 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창의적 생각을 가진 사람일 것입니다. 자신의 기술이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며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K-water는 공기업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조직의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발생하고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떠한 것이 되었든 자신을 특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수자원 분야에서는 최근 다양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수자원 분야 취업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답변자님 깨서 현재 근무하시고 있는 분야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 기후변화, 기후위기 등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수자원 분야에서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등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글로벌 이슈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댐 건설, 상하수도 인프라 건설 등 토목공사에 집중되었으나,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향으로 수자원 분야의 관심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2018년 물관리일원화로 수자원 분야 업무가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는 등 환경을 고려한 수자원 관리가 정책적으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수자원 분야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시점에 와있으며, 관련 분야에 대한 인재 수요가 향후 지속적으로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9개 선도산업 중 하나로 물산업 분야를 선정하여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물산업 분야 기업 수는 3,130개, 종사자 수는 약 86천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자원 분야의 미래 전망을 개인적으로는 밝게 보고 있습니다.

 

답변자님의 전공분야에서 연구자/전문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곳 네덜란드에서 박사 학위를 공부하면서 그동안 제가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15년 가까이 한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나름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학문적으로 접근하기엔 지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논문을 통해 잘 모르던 다양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학문과 실무를 겸비할 때 비로소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련 분야의 논문들을 많이 찾아보고 세계적인 트렌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타 자유롭게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

이 곳에 와서 학교 또는 기관으로부터 학비,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공부하고 계신 분들을 보니 저도 석사 졸업 당시에 적극적으로 그런 기회를 찾아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조금 생겨났습니다. 물론, 회사로부터 좋은 기회를 얻어 이렇게 늦은 나이에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 더 어린 나이에 공부를 계속 이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본인의 미래를 선택해야하는 시점에서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용기로 도전하시면 더 나은 미래가 나에게 분명히 다가올 것입니다.

KOSEANL X KSAN 릴레이 인터뷰 다섯번째– 김종찬님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